산불, 호흡기질환보다 심장질환 위험이 더 크다? 강릉·삼척 사례 분석

최근 연구 결과, 산불에 노출될 경우 단순히 호흡기 질환뿐만 아니라 심장질환 위험도 크게 증가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특히 천식이나 폐렴 같은 호흡기계 질환보다 심부전이나 허혈성 심질환 등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이 더 크다는 점이 주목됩니다.

 

 

산불 노출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강릉·삼척 산불 분석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연세대학교 산학협력단은 ‘비감염성 건강 위해에 대한 후향적 조사 연구’ 보고서를 통해 산불과 건강 위험의 상관관계를 분석했습니다. 연구는 윤진하 연세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가 책임연구원으로 참여했으며, 2017년 5월 강릉(252ha)과 삼척(765ha)에서 발생했던 대형 산불을 중심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당시 산불로 각각 213억 원, 395억 원의 막대한 재산 피해가 발생했으며, 이를 계기로 해당 지역 주민들의 건강 상태 변화에 대한 심층 분석이 이루어졌습니다.

연구진은 건강보험공단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산불 발생 전후의 입원 및 외래 진료 기록을 비교 분석했습니다.

 

심장질환 위험, 호흡기질환보다 더 크게 증가

 

분석 결과, 산불 노출 이후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및 외래 이용률이 눈에 띄게 증가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 심부전 입원 횟수는 산불 발생 전 연간 655건에서 발생 후 936건으로 42.9% 급증했습니다.

- 허혈성 심질환(심장에 혈액 공급이 부족해 발생하는 질환) 역시 25.5% 증가하여 265건을 기록했습니다.

- 반면 폐렴 입원 횟수는 2552건으로 9.8%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즉, 산불이 호흡기계 질환뿐만 아니라 심장질환 발생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며, 심장 관련 질환 위험이 더 가파르게 상승했다는 의미입니다.

외래 진료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 심부전 외래진료 건수는 8450건에서 1만1756건으로 약 40%나 증가했습니다.

-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와 폐렴 외래진료 건수는 각각 17.3%, 16.5%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이처럼 심혈관계 질환의 증가율이 호흡기계 질환보다 높다는 사실은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산불=호흡기 질환'이라는 인식을 넘어, 심장 건강에도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왜 산불은 심장질환 위험을 높일까?

 

산불 연기에는 다양한 유해물질이 포함돼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초미세먼지(PM2.5), 일산화탄소(CO), 질소산화물(NOₓ),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 등이 다량 배출됩니다.

윤진하 교수는 “산불 연기 속 초미세먼지와 유해가스가 호흡기를 통해 혈관으로 흡수되면서 혈압을 상승시키고 혈액 응고를 촉진하는 등 심혈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이런 유해물질은 산불이 진압된 이후에도 공기 중에 잔류하여 오랜 기간 주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초미세먼지(PM2.5)는 폐를 넘어 혈류로 직접 침투해 심장을 자극하고, 혈관 내 염증을 유발하며 혈전 형성을 촉진시킬 수 있습니다. 이런 생리적 변화들은 심부전, 협심증, 심근경색 등 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을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산불 대비, 건강 관리 어떻게 해야 할까?

 

산불 발생 시 또는 이후에는 호흡기 보호는 물론 심혈관계 질환 예방에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다음과 같은 대책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1. N95 등급 이상의 마스크 착용

– 초미세먼지와 유해가스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마스크를 사용해야 합니다.

2. 실내 공기질 관리

– 공기청정기를 사용하고, 외부 공기 유입을 최소화하며 실내 공기질을 깨끗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3. 적극적인 건강 모니터링

– 가슴 통증, 호흡 곤란, 심박수 이상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방문해야 합니다.

4. 심혈관 질환자 특별 관리

– 기존에 심혈관 질환 병력이 있는 경우, 산불 발생 지역에 머무르는 것을 가급적 피하고, 의사와 상담을 통해 사전 대비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5. 충분한 수분 섭취와 규칙적 생활

– 몸속 노폐물 제거와 신체 밸런스 유지를 위해 물을 충분히 마시고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결론 : 산불은 단순 호흡기 문제가 아니다

 

이번 강릉·삼척 산불 분석 결과는 산불이 호흡기뿐만 아니라 심혈관계 질환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심부전, 허혈성 심질환 등 치명적인 심장질환 위험이 호흡기 질환보다 더 크게 증가했다는 점은 앞으로 산불 대응 전략에서 건강 관리 측면의 재검토가 필요함을 시사합니다.

산불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지역 주민이라면 단순히 '호흡기 조심'을 넘어, '심장 건강'에도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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